- 가재트
- 2023-06-06
거울 앞에 나란히 서 보니 차림을 맞춘 것처럼 잘 어울렸다.
롤드컵베팅 내 앞에서 손을 내밀었다.
“가실까요.”
“기꺼이요.”
장난기가 섞인 말투에 웃음이 나왔다.
밖으로 나가자 블라디스의 문양이 찍힌 마차 두 대와 병아리 셋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일린이랑 형아, 빨리 와!”
“지금 가요!”
꼬마 왕자님들과 다 큰 왕자님은 오늘도 멋졌다.
‘그래도 카샤르가 제일이지만.’
이런 건 부끄러우니까 속으로만 말하는 게 좋았다.
우리는 마차를 타고 연회홀에 도착했다.
‘축사는 좀 늦게 시작하니까.’
드문드문 우리처럼 겨우 도착한 귀족들도 보였으니 꼴찌는 아니었다.
홀에 들어서자 귀족들의 시선이 전부 우리에게 쏠렸다.
“코트를 보관하겠습니다.”
겨울인지라, 문 앞에는 귀족들의 겉옷을 보관하는 시종들이 따로 있었다.
코트를 벗자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옷이 예쁘긴 한가 봐.’
엠마가 꾸며준 것도 있고 말이야.
오늘의 드레스는 얇은 천을 한 단 한 단 겹쳐서 만든 이브닝드레스였다.
등이 깊숙이 파였지만 드레스는 허리 아래 부분부터 풍성하게 부풀어 걸을 때마다 기분 좋은 마찰음이 들렸다.
귀족들은 나와 어느 방향을 번갈아 가며 힐끔거렸다.
그곳에는 엘시어스가 서 있었다.
그녀는 어제 일을 의식한 듯 오늘은 비교적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화려한 색감의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귀족들의 수군거림 속, 엘시어스의 표정이 미미하게 굳어가는 게 보였다.
‘그래, 엠마. 네가 이긴 것 같아.’
나는 전투적으로 나를 꾸민 엠마에게 공을 돌렸다.
어두운 표정의 엘시어스 옆으로 사내가 다가갔다.
그것도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황태자를 파트너로 삼은 거야?’
어제 긴밀해 보이더니 정말로 황후파에 합류한 것 같았다.
엘시어스와 색을 맞춘 듯, 발렌티드는 붉은 원단에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재킷을 입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꽤나 번드르르해 보였지만.
‘그럼 뭐해, 방귀대장인데.’
다른 귀족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금세 시선을 돌렸다.
“모든 귀빈들께서 모이셨으니 음식 진열을 시작하겠습니다.”
축복의 테이블이라 불리는 곳에 차례로 음식이 올라갔다.
물론, 가장 좋은 자리는 성녀의 것으로, 그 옆으로부터 서열에 따라 음식이 놓였다.
‘카샤르의 약혼자 자격 때문인가?’
내 것도 상단에 놓였지만 엘시어스만큼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자, 황제가 황좌에서 일어나 아래로 내려왔다.
엘시어스는 황후와 황태자와 함께 그를 맞이했다.
“제 첫 축복을 폐하께 드립니다.”
엘시어스가 소개한 요리는 코스 요리였다.
지중해식 샐러드와 가벼운 비스킷, 메인으로는 오리 콩피와 아스파라거스 구이, 디저트는 금가루를 올린 레드벨벳 케이크였다.
화려하고 완벽한 요리였다.
그것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다이오스가 식기를 들었다.
그는 메인인 오리 콩피만 가볍게 맛보고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성녀의 축복, 잘 받았소.”
샤이나 여신의 신도인 것 치고는 싱거운 반응이었다.
그러나 나쁜 표현도 아니었기에, 엘시어스는 방긋 웃어 보였다.
황제가 다음 음식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엘시어스가 준비한 요리가 코스였기에 자리를 많이 차지한 탓이었다.
이윽고 황후의 표정이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와이에노가 낸 음식이구나.’
그건 화려하게 장식된 칠면조 구이였다.
물론, 황후가 직접 만든 건 아니겠지만 척 보기엔 무척이나 훌륭해 보였다.
황제는 이번에도 가슴살만을 조금 맛보고는 다른 음식으로 넘어가 버렸다.
황후는 실망한 듯했으나 대노할 정도는 아니었다.
‘매년 자기 음식 외엔 손을 댄 적이 없었으니까.’
이제 의무적으로 음식을 먹는 행위는 끝이 났다.
수많은 음식들을 지나 황제가 덜컥 멈춰 섰다.
그는 대기하던 시종장에게 물었다.
“……이건 누가 만든 음식이지?”
시종장이 황제의 귀에 속닥였다.
잠시 후, 나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일린 할렌 양. 앞으로 나오십시오.”
나는 축복의 테이블 앞으로 걸어 나갔다.
롤드컵베팅 내 앞에서 손을 내밀었다.
“가실까요.”
“기꺼이요.”
장난기가 섞인 말투에 웃음이 나왔다.
밖으로 나가자 블라디스의 문양이 찍힌 마차 두 대와 병아리 셋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일린이랑 형아, 빨리 와!”
“지금 가요!”
꼬마 왕자님들과 다 큰 왕자님은 오늘도 멋졌다.
‘그래도 카샤르가 제일이지만.’
이런 건 부끄러우니까 속으로만 말하는 게 좋았다.
우리는 마차를 타고 연회홀에 도착했다.
‘축사는 좀 늦게 시작하니까.’
드문드문 우리처럼 겨우 도착한 귀족들도 보였으니 꼴찌는 아니었다.
홀에 들어서자 귀족들의 시선이 전부 우리에게 쏠렸다.
“코트를 보관하겠습니다.”
겨울인지라, 문 앞에는 귀족들의 겉옷을 보관하는 시종들이 따로 있었다.
코트를 벗자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옷이 예쁘긴 한가 봐.’
엠마가 꾸며준 것도 있고 말이야.
오늘의 드레스는 얇은 천을 한 단 한 단 겹쳐서 만든 이브닝드레스였다.
등이 깊숙이 파였지만 드레스는 허리 아래 부분부터 풍성하게 부풀어 걸을 때마다 기분 좋은 마찰음이 들렸다.
귀족들은 나와 어느 방향을 번갈아 가며 힐끔거렸다.
그곳에는 엘시어스가 서 있었다.
그녀는 어제 일을 의식한 듯 오늘은 비교적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화려한 색감의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귀족들의 수군거림 속, 엘시어스의 표정이 미미하게 굳어가는 게 보였다.
‘그래, 엠마. 네가 이긴 것 같아.’
나는 전투적으로 나를 꾸민 엠마에게 공을 돌렸다.
어두운 표정의 엘시어스 옆으로 사내가 다가갔다.
그것도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황태자를 파트너로 삼은 거야?’
어제 긴밀해 보이더니 정말로 황후파에 합류한 것 같았다.
엘시어스와 색을 맞춘 듯, 발렌티드는 붉은 원단에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재킷을 입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꽤나 번드르르해 보였지만.
‘그럼 뭐해, 방귀대장인데.’
다른 귀족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금세 시선을 돌렸다.
“모든 귀빈들께서 모이셨으니 음식 진열을 시작하겠습니다.”
축복의 테이블이라 불리는 곳에 차례로 음식이 올라갔다.
물론, 가장 좋은 자리는 성녀의 것으로, 그 옆으로부터 서열에 따라 음식이 놓였다.
‘카샤르의 약혼자 자격 때문인가?’
내 것도 상단에 놓였지만 엘시어스만큼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자, 황제가 황좌에서 일어나 아래로 내려왔다.
엘시어스는 황후와 황태자와 함께 그를 맞이했다.
“제 첫 축복을 폐하께 드립니다.”
엘시어스가 소개한 요리는 코스 요리였다.
지중해식 샐러드와 가벼운 비스킷, 메인으로는 오리 콩피와 아스파라거스 구이, 디저트는 금가루를 올린 레드벨벳 케이크였다.
화려하고 완벽한 요리였다.
그것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다이오스가 식기를 들었다.
그는 메인인 오리 콩피만 가볍게 맛보고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성녀의 축복, 잘 받았소.”
샤이나 여신의 신도인 것 치고는 싱거운 반응이었다.
그러나 나쁜 표현도 아니었기에, 엘시어스는 방긋 웃어 보였다.
황제가 다음 음식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엘시어스가 준비한 요리가 코스였기에 자리를 많이 차지한 탓이었다.
이윽고 황후의 표정이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와이에노가 낸 음식이구나.’
그건 화려하게 장식된 칠면조 구이였다.
물론, 황후가 직접 만든 건 아니겠지만 척 보기엔 무척이나 훌륭해 보였다.
황제는 이번에도 가슴살만을 조금 맛보고는 다른 음식으로 넘어가 버렸다.
황후는 실망한 듯했으나 대노할 정도는 아니었다.
‘매년 자기 음식 외엔 손을 댄 적이 없었으니까.’
이제 의무적으로 음식을 먹는 행위는 끝이 났다.
수많은 음식들을 지나 황제가 덜컥 멈춰 섰다.
그는 대기하던 시종장에게 물었다.
“……이건 누가 만든 음식이지?”
시종장이 황제의 귀에 속닥였다.
잠시 후, 나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일린 할렌 양. 앞으로 나오십시오.”
나는 축복의 테이블 앞으로 걸어 나갔다.
- ljg
- 201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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